회계규제 농락한 티메프 사태 범죄성[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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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티몬과 위메프의 비상식적 일탈이 찜통더위를 더 뜨겁게 달군다. 재산을 모두 털어 넣고 빚까지 얻어 납품을 계속하다가 낭패를 만난 판매자에게 외국의 상장이 성공하면 그 주식으로 대신 갚겠다며 화를 돋운다.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태를 보면 판매자 대금 미정산은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인수하기 이전에도 심했지만, 인수 후에 더욱 심해졌다.

티몬의 경영권은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의 대주주가 2022년 9월에 구 대표로부터 싱가포르 법인 큐텐과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받고 넘겼다. KKR은 국내 상장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2022년 회계감사인 지정을 신청했고 안진회계법인이 2022년 감사보고서를 2023년 4월에 제출했다. 감사 의견에는 ‘당기순손실 누적으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881억 원 초과해 계속기업으로 존속이 불확실함’을 지적했다. 2023년 감사는 삼일회계법인이 티몬과 위메프를 모두 맡았는데, 티몬은 결산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도 개최하지 못해 재무제표 미작성 상태다. 4월 법인세 신고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결손이라도 법인세 무신고 가산세를 수입금액 기준으로 납부해야 한다. 위메프는 계속기업 불확실성 꼬리표가 달린 2023년 감사보고서를 받았다. 금융 당국이 티몬의 재무제표 미작성과 위메프의 계속기업 존속 가능성 의문 상황을 적절히 살폈다면 온 나라를 뒤흔든 폭서기 미정산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판매자 미정산금은 티몬 쪽에서는 유동부채인 매입채무(미지급금 포함)다. 티몬이 팔고도 대금을 회수 못한 동안은 매출채권이고, 못 팔고 가지고 있으면 재고자산으로 유동자산이다. 2022년 티몬의 매입채무는 5968억 원인 데 비해, 매출채권은 165억 원이고, 재고자산은 0원이다. 납품된 물건을 모두 팔고, 매출채권 역시 대부분 회수해 놓고도 그 돈으로 매입채무는 지급하지 않고 딴 곳으로 보낸 것이다. 9월에 인수해 구 대표 체제로 4개월간 운영한 2022년 결과는 2021년과는 확연히 다르고, 특히 매입채무는 1153억 원 늘었다. 2023년 결산서가 제대로 작성된다면 매입채무가 얼마나 늘었을지 궁금하다. 2023년 4월에 인수한 위메프도 상황이 비슷하다. 2022년에 비해 2023년의 매출채권은 635억 원 감소했고, 재고자산은 21억 원에서 2900만 원으로 줄었다. 매출채권 회수 강화와 재고자산 밀어내기에도 미지급 매입채무는 840억 원 늘었다. 티몬 인수 4개월이 포함된 2022년과 위메프 인수 9개월이 포함된 2023년에 매입채무 미정산이 대폭 늘어난 만큼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검찰이 밝혀야 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구 대표가 티몬 2년, 위메프 1년간 인출한 현금 규모와 이 돈의 행방을 찾는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승인한 자율구조조정 방안은 비교적 적은 채권의 소비자에 비해, 전 재산을 투입해 장기간 납품한 판매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국회 청문회에서 구 대표가 의원들 질의에 잘 모른다고 대답한 일부는 사실일 것 같다. 재무와 회계는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돼 내부 인사가 주도적으로 처리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이들의 불법이 드러나면 엄중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내부 공범도 사전에 공익제보로 털어놓지 않으면 주범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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